리얼 스틸 Review

개봉 당시엔 그냥 로봇 나오는 평범한 헐리웃 가족영화라고 생각해서 안 봤다가 우연히 케이블에서 방송하는 걸 봤다. 로봇 전투씬만 봐도 재밌더라. 그런데 그땐 마지막 대결 부분만 봤고, 올레티비에 무료로 잠시 풀려서 이번엔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처음부터 보니까 영화 설정이 눈에 확 들어와서 이해가 쉬웠다. 맨중맨이 전직 복서 출신이라는 설정은 처음엔 넘어갔었는데, 이게 정말 중요한 설정이었음. 맨중맨이 젊은 시절에는 인간들이 직접 맞붙는 권투같은 스포츠가 흥했었는데, 사람들이 점점 더 거친 플레이를 요구했다. 그러나 신체적 한계와 인권 문제 등등이 겹치니 인간에게는 그 이상을 요구할 수 없게 되니까 대신 로봇에게 그 역할을 맡기게 된 것. 피튀기는 경기는 아니지만, 로봇들이 때리고 부수는 것에는 한계가 없으니 그 가학성을 만족시킬수 있었던 것. 그래서 인간인 맨중맨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자연스럽게 로봇에게 밀리게 되었고, 본인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로봇 싸움에 끼게 되었다.

마침 오늘 마봉춘 스포츠에서 매니 파퀴아오와 어떤 젊은애의 권투경기를 중계하는 걸 잠깐 봤는데, 사람끼리 피튀기며 싸우는 거랑 로봇끼리 싸우는 것은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어찌보면 로봇이 더 잔인하게 싸우는건데, 피튀기지 않으니 별로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았음. 저걸 만약 사람이 했다면 19금은 기본으로 찍고 갔겠지. 로봇 경기는 한쪽이 완전히 패배(산산조각)이 나야 경기가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개인적으론 권투를 비롯한 격투기 보는 건 좋아하지 않는데, 복싱을 기본으로 한 로봇 대결은 상당히 흥미롭게 봤다.

보통은 조이스틱으로 조종하는데, 목소리로도 조종 가능. 목소리 조종이 더 선진 기술인거 같은데 굳이 조이스틱으로 할 필요가 없는 거 같다. 오류나면 땡이더구먼. 저레벨에서는 조이스틱이고 하이레벨에서는 여러명이 붙어서 각자 나눠진 기능으로 싸우는 모양이었는데 기술의 진보도 돈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줌. 맨중맨도 괜찮은 레벨의 로봇 구하느라고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던가. 그러나 기능 좋아봤자 전략이 헬이라 한방에 다 부서졌다는거-_-;;;

맨중맨의 권투동작으로 아톰 로봇을 움직여 승승장구하는 걸 보며 의아했던게, 그동안의 승률이 이해가 안되어서임. 어차피 조이스틱이든 목소리든 조종해봤자 다 권투동작으로 싸우는건데 왜 전략은 그따위였던 걸까. 몸으로 직접 움직여야 실전감각이 살아나는 타입인가. 하긴 이전 로봇들은 기능이 더 좋아봤자 뭘 어떻게 해보기도 전에 아작나긴 했지. 아톰의 최대장점이 바로 맷집이라서 계속 버티다가 반전도 가능했지. 그러고보니 구세대 로봇보다 튼튼하지 못한 신제품들... 한심하도다.

시대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한 십년쯤 뒤인 근미래인데, 휴대폰이랑 로봇 관련을 제외하면 기술의 진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로봇산업에 몰빵했나 봄. 로봇 복싱도 레벨별로 리그가 많고 매일 경기가 열리는데, 경기당 로봇 하나가 아작나는 걸 생각해보면 전투용 로봇 생산이 많아져야 된다는 얘긴데... 제우스같은 초특급레벨 로봇이야 특정 기술자 제외하면 못 만드니 제외하고, 하위 리그에서 경기하는 허접 로봇들도 만들려면 시간과 돈이 꽤 들어보였음.

로봇 이야긴 이쯤에서 관두고, 영화의 한축인 가족 이야기는 뭐 평범한 수준. 애랑 애엄마 책임지지 못하고 버린 맨중맨이야 나쁜놈 맞고. 로봇을 통해서 부자간의 마음이 통하게 되었다는 설정이야 너무 흔해서 뭐라 할 말이 없음. 그나저나 아직 11살짜리 애한테 거친 로봇 복싱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주는 씬에서 진짜 아무 생각없는 애비구나 싶었다-_- 걔가 로봇 복싱 봐봤자 티비에서 중계해주는 프로경기였을텐데, 하위레벨 경기는 더 손속없고 잔인해 보이던데.

지금 생각났는데, 아톰의 디자인이 어째 익숙한 느낌이었는데 환옹의 에그 로봇이 떠올랐음. 다른 로봇이랑 비교해서 전투용이란 느낌이 거의 안 들었다. 원래 스파링용 로봇이었으니 당연한가 ㅎㅎ

로봇 관련 말고는 전혀 진보되지 못한 세계관이라 아쉬운 거 빼곤 괜찮은 영화였다. 로봇에 힘주느라 그 외에는 감독이 신경 못 썼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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